문화/효(孝)문화

벌초 의 추억

도화골 2017. 1. 23. 21:51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벌초로 인한 차량행렬이 증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조상님이 도와서인지 새벽바람이 싸늘할 정도로 싱그러운

가을 향기가 묻어나는 상쾌한 날씨이다. 

 각지에 흩어져 사는 친척들도 먼 길 마다 않고 여러 시간을 달려온다. 미리 준비한 벌초 기계와 벌초 후에 조상님 산소에 올릴 음식을

 챙겨 약속한 산소 부근 집결지에 모여 벌초가 시작된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손자 며느리 증손자까지 4대가 남녀 구별 없이 다 모인다. 마치 한 문중이 원족을 떠나는 분위기다. 참 많이도 달라진 모습이다.

내가 어렸을 때 집안 어른들께서 벌초 다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미 고인이 된 분들도 있지만, 윗대 어른들은 큰 초배기에 밥과 막걸리와 물을 가득 담아 둘러메고 당신 몸 생각하지 않고 일주일 넘게 이 산소 저 산소 그 먼 길을 걸어서 예초기가 없었으니 낫으로 벌초를 했다. 조상의 은덕을 가리고자 하는 자식된 도리로서 온갖 정성을 다하는 어르신들의 모습들이 생생하다. 물론 50년 전의 일이다. 격세지감이다. 지금은 자가용에 성능 좋은 예초기까지, 거기다가 납골평장까지 만들어 윗대 조상님들은 함께 모시니 한나절이면 벌초가 끝난다. 예초기의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계속 이어진다. 마치 여러 대의 헬리콥터가 주위를 맴도는 듯하다.   한낮 더위에 곤히 쉬던

조상님이 벌떡 일어나 우릴 반긴다. 벌초가 끝나면 간단히 제물을 차려 헌작하고  큰절을 하며 조상의 덕을 기리면, "매사에 감사하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야한다"라는 조상님의 말씀이 귀전에 들려온다.  정오가 되니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를 하는 인파가 산야에

넘쳐난다. 이동하는 도로마다 차들이 정체가 이어진다. 묘소를 손질하는 모습이 정겹다. 우리의 고유한 아름다운 풍속도이다.비지땀을

흘리며  친족이 함께해서인지 피로를 느끼지 못한다. 상큼한 풀 내음이 한결 심신을 가볍게 한다.

납골평장에서 벌초를 하면서  정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납골평장을  완공하기 위해 온갖 고생과 정성을 다하신 당시 회장 총무를

 비롯한  윗대 어른들의 노고에 감사를 보내며, 납골평장 시비위 글귀를 되뇌어 본다.

"뿌리 깊은 나무 先祖의 깊은 학문과 높은 得行이  세상의  밝은  빛이 되어 후손에게 번영과 영광을 입게 하고 후손은 선조의 은혜에

보답하여 그 숭고한 정신을 깊이 받들기 위하여 여기 산수 아름다운 자리에 선조와 후손들의 영원한 안식처인 墓園을 만들어 후세에

전한다.  벌초가 끝나면  예약된 가까운 식당에 함께 모인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함께  어울리다 보니 어느새 한집 식구같다.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다.무엇보다도 자라는 아이들이 촌수를 알게 되고 유대가 돈독해진다. 자신과 가문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며 조상으로 부터 이어지는 뿌리를 찾아 자신들의 위치를 알게 된다. 조상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는 교육의 장미며 축제의 장이다.

  푸짐하게 마련한 음식을 먹고 잔칫집 분위기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어르신들의 밝은 미소가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조상의 묘에

대한  벌초는  자손의  마땅한  도리로서  매우  중시되고 있다.   바쁘다는  핑게로  어쩔  수 없이 남에게 벌초를 맡기는 집안도 있지만

가능하면  자손들이  함께하는  이 날은  멀어져가는 혈육의 정을  느끼며 침목을 도모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조상의 유덕을 기리는

소중한 시간이다. 또한 가족의 소중함과 부모님의 은혜를 깨우쳐주는 계기로 삼는 좋은 기회이다.

벌초와  묘제는  가문의  중요한  기본행사로써  가족 문화를 만든다.   자녀들의 효 교육은 저절로 된다. 정을 나누고 가문의 정체성을

익히는 가장 좋은 산교육장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변한다. 세월이 지나면 사람도 변하거니와 사물 또한 점차 빛이 바래간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  바로 조상을 섬기고  뿌리를 알게 하는 것이다.    세세손손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우리의

아름다운 풍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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