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한국사

울산 중구 태화루

도화골 2017. 1. 31. 16:07

420년 만의 귀환, 태화루(太和樓) 그리고 영화루




   

소재지 : 울산광역시 중구 태화동 91-2 (태화로 300)

조선시대는 철저한 계급 사회였다. 신분 차이에 따라 하는 일은 물론 입는 옷도 달랐다. 건물의

이름도 달랐다.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 이름의 끝 글자를 보면 그 주인의 신분과 용도를 알 수 있다.

건물 이름의 끝 글자는 대게 다음 여덟 글자 중에 하나이다.

전,당,합,갑,재,헌,루,정(殿,堂,閤,閣,齋,軒,樓,亭). 앞쪽일수록 격이 높다. 먼저 ‘전(殿)’과 ‘당(). ‘전

'전'은 왕과 왕비가 머무는 공간이다.  경복궁의  근정전이나  교태전이 이에  해당한다.  왕을 ‘전하(殿下)

라고 부르는데,  왕이 계시는 전각 아래에  신하가  엎드렸다는  뜻이 된다.  왕의 아들인  대군이나 군이

머무는 곳에는 한 단계 아래인 ‘당’자를 붙였다. 향교나 서원에 공자의 위패를 모신 곳은 대성전이고

유생들이 강학하고 담론하는 건물은 명륜당이다. 부처님을 모신 곳은 대웅전이고 스님을 모신 곳이

조사당인 것도  같은  흐름이다.  ‘당’이 ‘전’보다  아래이긴  하나  다른  건축물에 비하면  아주 높은

신분이다. 예술의 전당이니 학문의 전당이니 하는 말들이 이런 건물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합()’과 ‘각()’은 ‘전’과 ‘당’ 가까운 곳에서 그 것을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 ‘합’으로는 재수합이

있고,  ‘각’으로는  규장각이  대표적이다.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이나  1품의 벼슬아치를

기인한다. ‘재()’와 ‘헌()’은 주거 공간으로 독서나 사색을 하는 용도로 쓰였다. ‘재’로는 비운의

덕혜옹주가  환국해서  지내던 창덕궁 낙선재가 있다 .  ‘헌’은 대청마루가 발달한 건물이다.  보통

공적인 기능을 가졌으나 일상적인 주거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고을 원들이 일을

보던 동헌이나 강릉 오죽헌이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루()’와  ‘정().  ‘루’는  보통 2층 건물이다.  1층은 통행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고

2층에는  연회를 열 수 있는  마루로  형성되어 있다.  성곽이 있는  곳에서는  장수들의  지휘소로

이용했다. 태화루와 언양읍성의  영화루가  여기에  해당된다.  ‘정’은 작천정처럼  경관이  뛰어난

곳에 많이 세워 풍류를 즐겼다.

언양읍성의 영화루가 지난 달에 복원되었다.  영화루는 읍성의 남문이었다.  언양읍성에는 북문을

제외한 세 군데에 누각이 있었다. 동쪽에는 망월루, 서쪽에 애일루, 그리고 남쪽에 영화루가 있었다.

이 누각들이 소실된 것은  임진왜란 때이다.  부산에서  거침없이 북진하던 왜병들은  언양을 거쳐

경주로 진격하면서 성 안의 건물들을 파괴했다.

태화루도 영화루처럼 임진왜란 때 불탔다.  태화루는 조선시대 진주의 촉석루와  밀양의  영남루와

함께 ‘영남 3루’로 불렸다. 촉석루는 국보였다가 지금은 문화재 자료로 등급이 낮아졌다. 6·25 전쟁

때 비행기  폭격으로  파괴된 뒤 다시  지었기  때문이다.  요즘 진주 시민들은   촉석루  국보  환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숭례문은 화재로 뼈대만 남은 걸 복원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국보 1호이다.

진주  시민들의 주장에 머리가 절로 끄덕여진다.  그들의  지역  문화재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이

부럽기도 하다.

태화루도  420년을 훌쩍 뛰어넘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태화루 복원에 울산시가 행정지원을 하고 지역의 기업체가 건축비를 후원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관심과 염원이  큰 힘이 되었다.  울산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시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건축물

이다.  촉석루 국보 환원 운동을 하듯 언젠가는 태화루 국보 지정  운동도 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연륜만 쌓는다고 그렇게 되지는 않을 터. 태화루에 어떤 스토리텔링을 입히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시민들의 몫이다.

태화교를  지나가며  올려다보면  날아갈 듯한 태화루의 처마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인  묵객들이

태화루에  올라 남산과  태화강을  바라보며  풍류에  젖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더구나

학생들의 소풍이나 청소년들의 문화 체험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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