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시(子時)에 하늘이 열리고 축시(丑時)에 땅이 갈리며 인시(寅時)에 사람이 생겨났다 함은,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가 이(理)와 기(氣)로 태화(太和)하여 만물만생을 창생 번성케 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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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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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울산광역시는 비록 한반도 동남 녘에 치우쳐 있으나, 천개지벽(天開地闢)할 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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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의 고봉준령(高峰峻嶺)이 서북으로 둘러 북풍한설(北風寒雪)을 막아주고, 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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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의 바다가 울산만으로 굽어들어 우풍순조(雨風順調)의 기후를 조성하니, 강과 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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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지고 산과 바다는 웅혼하여 수만 년 전 구석기시대부터 사람이 모여들어
터를 잡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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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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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의 허다한 계곡에서 모인 물이 백리하천(百里河川)을 이루니, 이름하여 태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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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 부름은, 크게는 천지의 조화를
바람이요 작게는 정사의 바름과 민풍의 인화를 꿈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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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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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전 신석기시대에는, 산과
들에서 짐승을 사냥하고 강과 하천에서 물고기를 낚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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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이 없던 그 시대에도 나무를 자르고 판자를 켜서 스무 사람이 넘게 타는
큰 배를 모아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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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나아가 고래를 잡으며, 그물로
호랑이를 잡아 통치자의 권위를 세우고 천지신명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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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지내어 노래와 춤으로 번영을 빌며,
이 모든 아름다운 삶을 반구대와 천전리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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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새기어 교육을 시흥(始興)하고 지혜를 일깨웠으니, 누구라 이 땅을 복된 길지(吉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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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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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 년 전 청동기시대에 이르러서는,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구릉으로 마을을 이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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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짝마다 논밭을 일구었고, 삼한시대에는
동으로 울산만 지역에 염해국(苒奚國)이 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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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언양 지역에 거지화국(居地火國)이 생겨나며, 남으로 회야강 지역에는 우시산국(于尸山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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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어났다고 전해오니, 이 땅의
풍요와 웅장을 가히 짐작할 만 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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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에 이르고부터 울산은 신라 천년을 지탱하는 중추지지(中樞之地)가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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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천의 쇠로는 무기와 농기구를 만들어내고 소금과 농수산물로는 식생을 풍성케
하며, 울산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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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하던 항구는 어로와 국내외 무역의 본거지를 이루었고 무수한 성벽과 보채(堡砦)는 왜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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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는 국방의 요새가 되었으니, 어찌
중국 태화지(太和池)의 신룡(神龍)이 자장율사(慈裝律師)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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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금 이곳에 절을 지어라 명하지 않을 수 있었으며, 또한 선덕여왕이 국찰 황용사에 버금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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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사(太和寺)를 짓게 하여 신라의 국태민안을 기하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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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 이루어짐에 종루(鐘樓)를 짓지 않을 수 없음은, 북(鼓)을 쳐서 축생(畜生)을 깨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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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木魚)를 두드려 어충(漁蟲)을 모으며 운판(雲版)을 울리어 새와 날벌레를 부르고 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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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서 지하의 영혼까지를 참여케 하여 만생이 총화(總和)의 기운으로 법에 나아가게 함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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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루(太和樓)는 바로 그런 뜻으로 건립되었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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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樓)가 건립되어 근 천년 동안에 불법의 도량에 그치지 않고, 고려와
조선조에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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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객이 시절 따라 모여들어 시화로 안문을 밝히고, 누대(累代)의 목민관은 정사에 지친 머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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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절경 완상(玩賞)으로 식혀 백성의 삶을 복되게 이끌었더니, 애통하도다. 임진왜란 때 왜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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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없애 버렸으니 그 통분을 어찌 말로 다 전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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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樓)가 멸실된 지 사백여년 만에 이제 일백 이십만 울산광역시민의 의지를 모아 오백 수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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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의 예산으로 정면 칠간 측면 사간으로 이를 다시 중창함은, 울산이 이십세기 중반부터 나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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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여 살리는 산업수도로 나선 이후로, 다시
선사시대와 신라시대의 번영을 되찾고 나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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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추가 되고 지구화의 관문이 되어 세계적 으뜸 도시로 발전하기 위함이라. 이 태화루가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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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휴식처로 머물지 않고 이십일 세기의 새문화 창조의 터전으로 길이길이
빛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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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들보 올리는 큰일을 글로 지어 찬양하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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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차, 들보를 동쪽으로 던져 올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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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성(神鶴城)에 내린 천신 길지를 정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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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룡산(舞龍山)의 아홉용이 번영과 화락을 춤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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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 문호(門戶) 삼아 환태평양시대 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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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육주(五洋六洲)를 휘저을 사 조선(造船) 조차(造車) 소리 웅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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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차, 들보를 서쪽으로 던져 올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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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산의 지혜 받아 문인묵객 끊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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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의 높은 기백 충신열사를 연잇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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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수도 이끌 기술자 기러기처럼 모여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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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세울 예술가 세계 속에 교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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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차, 들보를 남쪽으로 던져 올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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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이 살던 옛 개운포는 산업단지로 부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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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였던 삼산 달동은 사통팔달의 도심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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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생에 세운 원자력발전소 미래 산업의 에너지를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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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십이봉을 두른 안개는 태평성대를 기약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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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차, 들보를 북쪽으로 던져 올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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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효절을 남긴 치술령 조산으로 우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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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대운산이 안산(案山)으로 받쳐주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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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에서 발원한 태화강 대곡 사연댐으로 식수를 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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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정동에 남은 동헌(東軒)은 옛 도호부(都護府)의 긍지를 지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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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차, 들보를 위쪽으로 던져 올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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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마다 피워 오른 증기(蒸氣) 서운(瑞雲)이 되어 하늘에 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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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 북두칠성이 이 땅에다 만년 번성을 점지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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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은하수가 마르지 않는 한 태화강의 번영도 그치지 않으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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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고 새우는 이상향(理想鄕)이 여기가 아니고 그 어디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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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차, 들보를 아래쪽으로 던져 올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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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아래의 태화강은 십리대밭을 안아 공원을 이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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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금소에 잠긴 황룡은 등천할 날을 기다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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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가 화합하여 산업수도를 지켜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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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민이 협화하여 지상낙토를 완성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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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 비옵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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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루 중창(重刱)하는 뜻이 이러할진대 천지신명은 이를 받들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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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삼재의 이기가 태화로 뭉쳐, 이끄는
관리는 청렴하여 명관록에 오르게 하고, 따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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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은 도덕을 지켜 교도소가 무용케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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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십만 시민이 지혜를 밝혀 저마다의 꿈을 이루게 하고, 태어나는 자자손손이 능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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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휘하여 세계를 받치는 동량이 되게 하소서.
연년세세 천재지변을 없게 하시고 자손대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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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질병을 멸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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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누(樓)에 올라 피리 한 곡 불면 세상의 근심이 사라지게 하고, 이
누(樓)에 올라 시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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읊으면 천하의 문사(文士)가 귀를 던지게 하며, 이 누(樓)에 올라 그림 한 폭 그리면 동서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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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이 붓을 꺾게 하시어, 이
나라 평화통일의 초석(礎石)이 되게 하고, 산업수도 울산(蔚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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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화와 예술의 수도(首都)까지 겸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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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13년 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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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양 명 학 교수 (울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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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 소헌(紹軒) 정 도 준(鄭道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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