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한국사

울산 중구 태화루 중창

도화골 2017. 1. 31. 16:18

 

 태화루(太和樓) 중창(重刱) 상량문(上樑文)

 

 

 

태화루(太和樓) 중창(重刱) 상량문(上樑文)

   서술하노니,

   자시(子時)에  하늘이  열리고 축시(丑時)에 땅이 갈리며 인시(寅時)에 사람이 생겨났다 함은,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가 이()와 기()로 태화(太和)하여 만물만생을 창생 번성케 함을

이름이라.

   이곳 울산광역시는  비록  한반도 동남 녘에 치우쳐 있으나, 천개지벽(天開地闢)할 때부터

영남알프스의 고봉준령(高峰峻嶺)이  서북으로  둘러  북풍한설(北風寒雪)을  막아주고동해

남부의  바다가  울산만으로  굽어들어  우풍순조(雨風順調)의  기후를  조성하니,   강과 들은

기름지고 산과 바다는 웅혼하여 수만 년 전 구석기시대부터 사람이 모여들어 터를 잡고 산

곳이라.

   영남알프스의 허다한 계곡에서 모인 물이 백리하천(百里河川)을 이루니이름하여 태화강

이라 부름은크게는 천지의 조화를 바람이요 작게는 정사의 바름과 민풍의 인화를 꿈꿈이

아니겠는가?

   수천 년 전 신석기시대에는, 산과 들에서 짐승을 사냥하고 강과 하천에서 물고기를 낚으며,

톱이 없던 그 시대에도 나무를 자르고 판자를 켜서 스무 사람이 넘게 타는 큰 배를 모아서는

바다에 나아가 고래를 잡으며그물로 호랑이를  잡아  통치자의  권위를  세우고  천지신명께

제사를  지내어  노래와  춤으로  번영을 빌며,   이 모든 아름다운 삶을 반구대와 천전리 바위

절벽에 새기어 교육을 시흥(始興)하고 지혜를 일깨웠으니,   누구라 이 땅을 복된 길지(吉地)

하지 않으리오.

   삼천 년 전 청동기시대에 이르러서는,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구릉으로 마을을 이루고

골짝마다  논밭을  일구었고,   삼한시대에는 동으로  울산만  지역에  염해국(苒奚國)이  서고,

서로 언양 지역에 거지화국(居地火國)이 생겨나며, 남으로 회야강 지역에는 우시산국(于尸山國)

이 일어났다고 전해오니, 이 땅의 풍요와 웅장을 가히 짐작할 만 하도다.

   삼국시대에 이르고부터 울산은 신라 천년을 지탱하는 중추지지(中樞之地)가 되었으니,

달천의 쇠로는 무기와 농기구를 만들어내고 소금과 농수산물로는 식생을 풍성케 하며, 울산만에

산재하던  항구는  어로와 국내외 무역의 본거지를 이루었고 무수한 성벽과 보채(堡砦)는 왜구를

막는 국방의 요새가 되었으니,     어찌 중국 태화지(太和池)의 신룡(神龍)이 자장율사(慈裝律師)

하여금 이곳에 절을 지어라 명하지 않을 수 있었으며, 또한 선덕여왕이 국찰 황용사에 버금가는

태화사(太和寺)를 짓게 하여 신라의 국태민안을 기하지 않았겠는가?

   절이  이루어짐에  종루(鐘樓)를  짓지  않을  수  없음은,   ()을  쳐서  축생(畜生)을  깨우고

목어(木魚)를  두드려  어충(漁蟲)을  모으며  운판(雲版)을  울리어  새와  날벌레를  부르고  종을

쳐서  지하의  영혼까지를  참여케  하여  만생이  총화(總和)의 기운으로 법에 나아가게 함이니,

태화루(太和樓)는 바로 그런 뜻으로 건립되었던 것이리라.

   ()가  건립되어  근 천년  동안에  불법의  도량에  그치지  않고고려와 조선조에는 시인

묵객이 시절 따라 모여들어 시화로 안문을 밝히고, 누대(累代)의 목민관은 정사에 지친 머리를

그 절경 완상(玩賞)으로 식혀 백성의 삶을 복되게 이끌었더니, 애통하도다. 임진왜란 때 왜적이

이를 없애 버렸으니 그 통분을 어찌 말로 다 전하리오!

   ()가 멸실된 지 사백여년 만에 이제 일백 이십만 울산광역시민의 의지를 모아 오백 수억

원의 예산으로 정면 칠간 측면 사간으로 이를 다시 중창함은, 울산이 이십세기 중반부터 나라를

먹여  살리는  산업수도로  나선  이후로,   다시   선사시대와  신라시대의  번영을 되찾고 나라의

중추가  되고  지구화의  관문이 되어 세계적 으뜸 도시로 발전하기 위함이라. 이 태화루가 단지

시민의 휴식처로 머물지 않고 이십일 세기의 새문화 창조의 터전으로 길이길이 빛나리라.

   이에 들보 올리는 큰일을 글로 지어 찬양하노니,

   어영차, 들보를 동쪽으로 던져 올리니,

  신학성(神鶴城) 내린 천신 길지를 정하더니

  무룡산(舞龍山) 아홉용이 번영과 화락을 춤추도다.

  동해바다 문호(門戶) 삼아 환태평양시대 열었으니,

  오양육주(五洋六洲) 휘저을 조선(造船) 조차(造車) 소리 웅장하다.

   어영차, 들보를 서쪽으로 던져 올리니,

  문수산의 지혜 받아 문인묵객 끊이지 않고

  가지산의 높은 기백 충신열사를 연잇더니,

  산업수도 이끌 기술자 기러기처럼 모여들고

  문화도시 세울 예술가 세계 속에 교류한다.

   어영차, 들보를 남쪽으로 던져 올리니,

  처용이 살던 개운포는 산업단지로 부활하고

  바다였던 삼산 달동은 사통팔달의 도심이 되었네.

  서생에 세운 원자력발전소 미래 산업의 에너지를 만들고

  남산 십이봉을 두른 안개는 태평성대를 기약하구나.

   어영차, 들보를 북쪽으로 던져 올리니,

  충효절을 남긴 치술령 조산으로 우뚝하고

  남쪽으로 대운산이 안산(案山)으로 받쳐주누나.

  백운산에서 발원한 태화강 대곡 사연댐으로 식수를 대고

  북정동에 남은 동헌(東軒) 도호부(都護府) 긍지를 지키네.

 

   어영차, 들보를 위쪽으로 던져 올리니,

  공단마다 피워 오른 증기(蒸氣) 서운(瑞雲) 되어 하늘에 돌고

  북극성 북두칠성이 땅에다 만년 번성을 점지하네.

  하늘에 은하수가 마르지 않는 태화강의 번영도 그치지 않으려니

  꽃피고 새우는 이상향(理想鄕) 여기가 아니고 어디겠는가!

 

   어영차, 들보를 아래쪽으로 던져 올리니,

   아래의 태화강은 십리대밭을 안아 공원을 이루고

  용금소에 잠긴 황룡은 등천할 날을 기다리는구나.

  노사가 화합하여 산업수도를 지켜내고

  관민이 협화하여 지상낙토를 완성하리라.

   엎드려 비옵나니,

  태화루 중창(重刱)하는 뜻이 이러할진대 천지신명은 이를 받들어 주소서!

   천지인삼재의 이기가 태화로 뭉쳐,   이끄는 관리는 청렴하여 명관록에 오르게 하고,   따르는

시민은 도덕을 지켜 교도소가 무용케 하소서.

   백이십만  시민이  지혜를  밝혀  저마다의  꿈을  이루게  하고태어나는 자자손손이 능력을

발휘하여  세계를  받치는  동량이 되게 하소서. 연년세세 천재지변을 없게 하시고 자손대대에

가난과 질병을 멸하여 주소서

  이 누()에 올라 피리 한 곡 불면 세상의 근심이 사라지게 하고, 이 누()에 올라 시 한 수

읊으면 천하의 문사(文士)가 귀를 던지게 하며, 이 누()에 올라 그림 한 폭 그리면 동서양의

화가들이 붓을 꺾게 하시어, 이 나라 평화통일의 초석(礎石)이 되게 하고, 산업수도 울산(蔚山)

이 문화와 예술의 수도(首都)까지 겸하게 하소서!

서기 2013 5 30

작가 : 양 명 학 교수 (울산대 명예교수)

글씨 : 소헌(紹軒)  정 도 준(鄭道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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